# 오랜만에 한껏 차려입은 A군.
그의 맞은편에는 소개팅 상대인 B양이 앉아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먹한 감정을 애써 숨기며 대화를 이어 나갑니다.
고심해서 주문한 파스타는 불어 가고 스테이크는 이미 식은 지 오래죠.
그래도 처음보단 어색함이 줄어든 두 사람은 서로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A군은 ‘자랑할 일은 자랑하는 편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망이 큰 편이며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소리를 주변으로부터 많이 듣는다’ 등으로 자신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B양은 ‘과신하기보단 겸손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새로운 것보단 전통적인 가치를 선호하며 규칙을 따르는 데 익숙한 편이다’ 등으로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직업, 삶, 취미, 가족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뒤 레스토랑을 나섰습니다.
정중한 인사로 첫 만남을 마무리한 두 사람,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요?
삶은 우리에게 어려운 과제들을 내줍니다.
그 중 하나가 좋은 짝을 만나는 것이죠.
서로 다른 환경에서 몇십 년을 살아온 두 사람이 호감을 느끼고, 나아가 인생의 동반자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A군과 B양도 이런 과정에 놓여있습니다.
과연 두 사람 사이에 관계의 발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물론 사람의 인연은 예측하기 어렵고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정황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이 꾸준히 함께 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연인으로 발전하기엔 성격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두 사람은 정직-겸손성(Honesty-Humility),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에서 차이를 보였는데요.
먼저 정직-겸손성은 말 그대로 정직함과 겸손함에 대한 자세를 말합니다. 진실성, 충성심, 동등성 등의 가치와 위선, 가식, 과시 등의 가치가 서로 상충됩니다.
그리고 개방성은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뜻합니다. 호기심, 창의성, 지식에 대한 열망 등의 가치와 새로운 것보다 전통을 따르는 보수성, 권위 등의 가치가 서로 대조됩니다.
이를 참고로 살펴보면 A군은 정직-겸손성 측면에서 과시, 개방성 측면에선 창의성 등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B양은 정직-겸손성 측면에서 겸손함, 개방성 측면에선 보수성을 보였습니다. 서로 반대 성향이어서 유대감을 형성할 요소가 없죠.
실제로 정직-겸손성 그리고 개방성의 성향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두 가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만날 경우 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크고 서로에 대해 헌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친밀한 관계의 두 사람, 정직-겸손 및 개방성 성향 유사해
연구는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등이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에 실렸습니다.
연구에는 영국, 덴마크, 중국 등에 거주하는 일반인 1196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성격, 연인의 성격, 관계에 대한 만족도 및 헌신 등에 대해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메타분석해 보니, 사람들은 자신과 연인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정직-겸손성 및 개방성과 더불어 정서성,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 등 성격의 6요인(HEXACO)이 유사하다고 답한 것이죠.
특히 6가지 요인 가운데서도 정직-겸손성과 개방성, 이 두 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사성을 띠었다고 하네요.
두 가지 성향이 유사할 경우, 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높고 서로에게 헌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예외 상황은 있다
다만 이런 공식이 항상 적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파트너를 선택할 때 성격보단 외모나 체형을 많이 보는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죠.
아울러 콩깍지가 씌어서 파트너의 성향이 본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죠.
이런 경우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입니다.
연구팀은 “파트너의 성향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관계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만남의 과정에서 성격 차이가 점차 두드러져서 결국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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